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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때 집 안에 존재하던 나만의 아지트

유머이슈

Lv.18

조회:27 | 2024-03-19 16:04

저 어릴적,아주오래된 옛날집 안방 아랫목쪽 벽 중간에는 깜깜한 다락방이 존재했습니다.일단 1미터가 채 안되는높이의 다락문을열면 이불을 쌓아둔 곳이 나오는데, 이불장 벽 위로 창고같은게 있었습니다.유치원 갈 나이쯤 발견한 나만의 공간이었죠. 집에 안쓰는 물건 쟁겨놓는 곳인데, 누나들도 안가고, 부모님도 통 올라가는 모습을 볼수 없었던 먼지가 켜켜히 쌓인 깜깜한 곳.우연히 이불 꺼내려 다락에 올라섰는데, 쌓인 이불 벽 뒤로 펼쳐진 2층의 꽤나 넓은 공간인데 (그 아래층은 부엌이더군요.) 혼자서도 잘놀던 저는, 이곳을 발견하곤 엄마를 졸라서, 이곳에서 놀거라고떼를 써서 엄마가 힘들게 청소해주신 다락방 2층.그때부턴 그곳은 저만의 비밀공간이었습니다.(아마도 옛날집들엔 다락방은 있었던듯 싶네요. 저희 외할마니 집에도 있었으니.)천장에 걸린 노란 백열등을 켜고 바라보면 아늑하고 넓은 나만의 공간이 펼쳐지는데, 정말 좋았습니다. 한번은 너무 좋아서 하루종일 밥도 안먹고 위에서 놀다가, 애가 없어졌다고 집안이 난리난적이 있었죠.그것도 모르던 전, 실컷 놀다가 넘 배고프기도, 오줌도 마려워서 내려왔다가마침 집에 들어오시며 마주친 아부지의 그 호랑이같은 얼굴, 화를 엄청 내시며 회초리를 대시던 모습이 아직도 기억이 선하네요. 다락당 창문을 열면 마당이 보입니다. 수돗가 한쪽엔 지하수 뽑아올리는 녹이 슬은 수동펌프도 있었고, 그 옆엔 장독대 위 장독들이 가지런히 놓여있는게 보였죠. 깜순이라는 아주 사랑스런 멍멍이도 있었고, 누렁이라는고양이도 돌아댜녔죠. 세월이 많이 흘러 제가 결혼하고,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난후 옜날집은 춥고 불편해서 어머니 저희가 모시고, 옛날집은 개발되어 지금은 남아있질 않지만, 이사가고 나서 팔리기전까지 한동안 빈집을 제가 관리하느라 오가며찍었던 사진이 남아있네요. 집 사진은 안찍고 제 아지트만 찍었는지, 이것만 남아있네요. 오늘 봄비가 내리기에, 어릴때 그 집 마루에서 비 내리던 마당을 하염없이 쳐다보던 기억이 생각나서 끄적거려봅니다. <img src="/data/daumeditor10/240319/thumbnail3/1710817223274535.jpg"><img src="/data/daumeditor10/240319/thumbnail3/171081724519672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