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4일 애리조나와 경기에서 시즌 5호 홈런을 쳐내는 등 4타점 맹활약을 펼친 애런 저지[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2024년 메이저리그 최우수선수(MVP)는 내셔널리그의 오타니 쇼헤이(31·LA 다저스), 아메리칸리그의 애런 저지(33·뉴욕 양키스)에게 각각 돌아갔다. 오타니가 아메리칸리그 소속일 때까지만 해도 MVP를 놓고 박 터지게 싸웠던 두 선수지만, 오타니가 내셔널리그 소속인 LA 다저스로 이적하면서 사이 좋게 트로피를 나눠 가졌다.굳이 따지자면 더 화제가 된 선수는 오타니였다. 투·타 겸업을 하지 않고도 리그 최고 선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2023년 시즌 막판 경력 두 번째 팔꿈치 수술을 받은 오타니는 지난해 투수로는 뛰지 않고 타자에만 전념했다. 가진 능력을 한쪽에 다 몰아쓰니 성적은 가공할 만했다. 역대 6번째 40홈런-40도루도 모자라, 내친 김에 메이저리그 역대 첫 50홈런-50도루 클럽의 문을 활짝 열었다. 지난해 50-50 레이스를 벌이면서 오타니는 경기마다 홈런 하나, 도루 하나가 모두 화제가 됐다. 스포트라이트를 다 빨아들였다. 최종적으로는 54홈런-59도루로 개인 세 번째 만장일치 MVP에 올랐다. 이슈로는 따라갈 자가 없었다. 아무도 이루지 못한 대업 속에 메이저리그 최고 선수라는 칭호가 자연스럽게 붙었다.

▲ 지난해 리그 최고의 득점 생산력을 기록하고도 오타니 쇼헤이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뺏긴 저지는 올해 역대급 출발을 알리고 있다그런데 저지로서는 다소 억울할 수도 있었다. 저지 또한 지난해 158경기에서 타율 0.322, 58홈런, 144타점, OPS(출루율+장타율) 1.159라는 몬스터 시즌을 보냈다. 사실 단순한 득점 생산력을 놓고 보면 저지가 오타니를 꽤 많이 앞섰다. 통계전문사이트 '팬그래프'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저지의 조정득점생산력(wRC+)은 무려 218이었다. 리그에서 유일하게 200을 넘은 선수이자, 2위 오타니(181)와도 꽤 많은 차이가 났다. 그런데도 화제는 오타니가 다 끌고 가고 있었다.그런 저지가 시즌 초반부터 달려 나가고 있다. 마치 오타니의 질주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듯, 시즌 초반부터 미친 장타 페이스로 리그 최고의 타자가 누구인지 보여주고 있다. 저지는 4일(한국시간) 미 뉴욕주 브롱크스 양키스타디움에서 열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경기에 선발 3번 지명타자로 출전, 5타수 3안타(1홈런) 4타점 2득점의 맹활약으로 팀의 9-7 승리를 이끌었다.시작부터 불을 뿜었다. 1회 선두 벤 라이스가 2루타를 치고 출루했고, 코디 벨린저가 볼넷을 기록해 무사 1,2루의 찬스가 저지에 걸렸다. 여기서 저지의 괴력이 폭발했다. 애리조나 선발 메릴 켈리와 상대한 저지는 1B-1S에서 3구째 93.2마일(150㎞) 포심패스트볼이 가운데 몰린 것을 놓치지 않고 힘껏 방망이를 돌렸다. 맞는 순간 홈런임을 직감할 수 있는 타구였다. 타구 속도는 112.1마일이 찍혔고, 공은 우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기선 제압 3점 홈런으로 이어졌다.

▲ 메이저리그 역사상 개막 후 6경기에서 5홈런-15타점 이상을 동시에 달성한 첫 선수로 등극한 애런 저지저지는 4회 세 번째 타석에서도 적시타를 터뜨리는 등 이날 홈런 하나 포함 4타점을 기록했다. 저지는 이날까지 양키스가 올 시즌 치른 6경기에 모두 나가 타율 0.417, 출루율 0.481, 5홈런, 15타점, OPS 1.648이라는 미친 성적을 기록 중이다. 지난해는 시즌 초반 성적이 썩 좋지 않은 편이었는데 올해는 시작부터 치고 나가는 셈이다. wRC+는 거의 400에 이른다. 오타니도 좋은 성적이지만 저지에게는 한 수를 접고 들어가야 할 상황이다.YES네트워크에 따르면 저지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개막 후 첫 6경기에서 5개 이상의 홈런, 그리고 15타점 이상을 동시에 기록한 첫 선수로 기록됐다. 시즌 초반이지만 단순히 계산하면 시즌 135홈런 페이스다. 아메리칸리그 역사상 최다 홈런(62홈런) 기록을 가지고 있는 저지가 아메리칸리그 역사상 첫 70홈런을 기록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진다. 70홈런에 가까워질수록 지난해 오타니가 그랬던 것처럼 스포트라이트를 빨아들일 수 있다.

▲ 아메리칸리그 역사상 첫 70홈런 벽을 깰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애런 저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