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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호] 데릭 로즈, 16년을 피었던 장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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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뉴스

Lv.18

조회:12 | 2024-11-15 13:14

<img src="/data/image/img/WmiiRj88AB02zEkAZYmy.jpg"></br>데릭 로즈가 결국 코트를 떠났다. 2008년 데뷔 후 정확히 16년 만이다. 2010년대 NBA 아이콘의 퇴장에 많은 이들이 축하와 감사를 전했다. 데릭 로즈의 여정을 지금부터 되돌아보자.잉글우드시카고 남부의 잉글우드. 데릭 로즈가 태어나고 자란 곳이다. 가난하고 흉폭하기로 유명한 최악의 빈민가. 그곳에서 장미 한 송이가 피어나기 시작했다.삼형제의 막내. 로즈이 재능은 금세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시카고 지역 유소년 농구계에서 로즈는 주목받는 선수가 됐고, 고교 농구 무대를 접수한다.당시 멤피스 대학의 감독을 맡고 있던 스카우팅의 귀재, 존 칼리파리의 눈에도 로즈가 포착됐다. 칼리파리가 우연히 로즈의 경기를 직접 관람했고, 로즈를 스카우팅한 것이다.이미 지역 농구스타였던 로즈는 명문 일리노이 대학과 인디애나 대학에서도 입학 오퍼를 받았다.하지만 로즈는 자신의 멘토였던 전 NBA 선수 로드 스트릭랜드의 모교인 멤피스 대학 입학을 선택한다. 당시 25번을 달고 있었던 로즈는 멤피스 대학 입학과 동시에 번호를 23번으로 바꿨다. 당시 멤피스가 페니 하더웨이의 등번호 25번을 영구결번한 상태였기 때문이다.대학으로 재능을 옮긴 로즈는 역시 승승장구한다. 조이 돌시, 크리스 더글라스-로버츠 등과 함께 팀을 이끈 신입생 로즈의 활약 속에 멤피스는 2008년 NCAA 토너먼트에서 전체 1번 시드를 획득, 준우승을 차지한다. 이후 멤피스 대학은 NCAA 토너먼트에서 파이널 진출은커녕 8강 진입에도 성공한 적이 없다. 당시 로즈의 임팩트가 얼마나 대단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br><img src="/data/image/img/4PjXzzxtr9rEedoqjYed.jpg"></br>다시 시카고로데릭 로즈는 자신의 재능을 잘 알고 있었다. 당시 유행하기 시작하던 원앤던(대학에서 1년만 보내고 NBA에 진출하는 것)을 로즈도 택한다. 굳이 NBA 진출을 미룰 필요가 없을 정도로 전미에서 인정받는 재능이었기 때문이다.돌이켜 보면 데릭 로즈가 참가한 2008년 NBA 드래프트는 역사에 남을 황금 드래프트였다.명단을 한 번 살펴보자.캔자스 주립대의 천재 루키 마이클 비즐리, USC의 에이스 OJ 마요, UCLA의 콤비 러셀 웨스트브룩과 케빈 러브, 로즈와 함께 고교 무대를 접수했던 에릭 고든이 나왔다.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스탠포드 대학의 엘리트 센터 브룩 로페즈, 조지타운 대학의 센터 계보를 잇는 로이 히버트 등 뛰어난 선수들이 대거 참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당초 1순위가 가장 유력했던 선수는 마이클 비즐리였다. 카멜로 앤써니 이후 대학 무대 최고의 신입생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선수다.비즐리의 재능은 신입생 시즌에 이미 만개했다. 평균 26.2점 12.4리바운드, 야투율 53.2%라는 엄청난 기록을 만들어냈다. 알고도 못 막는 최고의 득점 기계였다. 이 해 비즐리는 신입생으로서 빅12 컨퍼런스 올해의 선수, 전미 대학 퍼스트 팀 입성 등 개인상을 휩쓸었다.하지만 드래프트를 앞두고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로즈의 뛰어난 운동능력과 성품, 워크에틱이 현장 관계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덕분이었다. 비즐리는 포워드로는 슛이 약하고, 빅맨으로서는 작은 '트위너'라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만 해도 애매한 트위너는 살아남기 어려웠던 시대였다.이런 분위기 속에서 운명처럼 데릭 로즈와 시카고의 인연이 이어졌다. 직전 시즌 33승을 기록하며 단 1.7%의 구슬 확률을 가졌던 시카고 불스가 마이애미(15승), 시애틀(20승), 미네소타(22승) 같은 압도적인(?) 경쟁자들을 제치고 1순위 지명권을 차지해버린 것이다.시카고 불스에 일어난 1.7%의 기적, 드래프트가 다가오면서 역전된 로즈와 비즐리의 평가는 결국 시카고 불스의 데릭 로즈 지명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시카고에서 태어나고 자란 잉글우드의 소년이 1순위로 시카고 불스의 유니폼을 입는 드라마.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난 것이다.</br><img src="/data/image/img/lGZ5rLu3LGxas3qPirqH.jpg"></br>플라잉 장미데릭 로즈가 NBA의 아이콘이 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데뷔 당시부터 압도적인 운동능력으로 '다이나믹 데런 윌리엄스'라는 평가를 받았던 로즈는 특유의 돌파와 림 어택으로 상대 수비를 찢어버리곤 했다. 로즈의 시원시원한 돌파와 덩크에 시카고의 분위기는 서서히 달라졌다.2010-2011 정규시즌 개막을 앞두고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로즈는 "내가 MVP를 탈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그리고 그 시즌, 곧바로 로즈는 경이로운 퍼포먼스를 보여주기 시작한다.이전까지 약점으로 꼽혔던 점퍼를 장착한 로즈는 펄펄 날아다녔다. 미드레인지 점퍼는 물론 3점까지 꽂았고, 엄청난 속도의 크로스오버 드리블과 돌파는 수비의 혼을 빼놓기에 충분했다.이 시즌, 로즈는 81경기에 출전해 25.0점 4.1리바운드 7.7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시카고를 리그 전체 1위로 이끌었다. 올-NBA 퍼스트 팀 입성과 2년 연속 올스타 선정은 물론 생애 첫 MVP까지 수상하며 NBA 역대 최연소 MVP 수상 기록을 갈아치운다.하지만 그 누가 알았으랴. 이 시즌이 로즈의 최고 전성기 시즌이자, 마지막 80경기 이상 출전 시즌이 될 줄을.</br><img src="/data/image/img/OukuCPZumvlTU60bJF9N.jpg"></br>날개를 잃다다음 시즌, 로즈는 자신의 커리어를 뒤바꿔놓는 사건을 경험한다. 플레이오프 1차전 막판, 왼쪽 무릎 전방십자인대가 파열되는 부상을 당한 것이다.어린 나이에 승승장구하던 로즈의 커리어는 이 부상을 기점으로 급격히 꺾이기 시작했다. 2012-2013시즌에는 모든 경기에 결장했고, 2013-2014시즌에도 10경기만 출전했다. 2014-2015시즌, 마침내 코트로 돌아왔지만 로즈는 이후 끊임없는 부상과의 전쟁을 펼쳐야 했다.시카고, 뉴욕에서 로즈는 60경기 이상 출전하며 위협적인 핸들로러 활약했지만, 최전성기를 구가해야 할 20대 후반에 로즈는 더 위로 올라가지 못하고 퍼포먼스가 점점 하락하기 시작했다. 2018-2019시즌부터는 미네소타에서 벤치 에이스로 변신, 3년 연속 식스맨상 투표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잦은 부상을 이겨내고 얻어낸 대단한 성취였다.하지만 우리가 목격했던 MVP 시즌의 로즈는 더 이상 볼 수 없었다. 로즈는 점점 자주 결장하기 시작했고, 지난 시즌에는 멤피스에서 단 24경기만 뛴 채 시즌을 마감했다.결국 지난 9월 26일, 데릭 로즈는 개인 소셜 미디어를 통해 은퇴를 공식 발표했다. 16년의 NBA 커리어를 마감하는 순간이었다.</br><img src="/data/image/img/AP7YTST88Lq3lB1jWV27.jpg"></br>로즈가 남긴 것훌륭한 농구선수가 될 수는 있어도, 팬들의 사랑을 받는 스타 플레이어가 되는 것은 아예 다른 영역이다. 플레이로 팬들의 눈을 매료시킬 수 있어야 하고, 그 자체로 인간적인 매력이 있어야 한다.데릭 로즈는 그런 선수였다. 2000년대 팬들의 심장을 뛰게 했던 스타가 앨런 아이버슨이었다면, 2010년대에는 데릭 로즈가 팬들의 낭만을 충족시켜주었다.190cm의 신장에 마치 치타처럼 코트를 질주하고 공중으로 날아올라 하이라이트 필름에나 나올 법한 덩크를 펑펑 찍어대는 가드. 엄청난 크로스오버 드리블은 팬들의 눈을 사로잡았고, 로즈의 덩크에 모든 이가 경악했다."TOO BIG, TOO STRONG, TOO GOOD!(너무 크고, 너무 강하고, 너무 훌륭합니다!)"로즈를 향해 시카고 지역 중계 캐스터가 곧잘 썼던 코멘트와 함께 로즈는 시카고 팬들은 물론 전세계 NBA 팬들의 사랑을 받는 슈퍼스타가 됐다.로즈가 팬들에게 심어준 낭만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2012년에 당한 큰 무릎 부상, 그리고 이후에도 반복된 부상에도 로즈는 무너지지 않았다. 끊임없이 재기를 노렸고,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새로운 도전을 이어갔고, 결국 16년을 NBA에서 살아남았다. 매년 80~100명 정도의 재능 넘치는 유망주들이 도전해오는 NBA에서 큰 부상을 딛고 이렇게 살아남았다는 건 경이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장미는 꺾여도 로즈는 꺾이지 않는다.' 어쩌면 로즈에게 가장 어울리는 말일지도 모른다.</br><img src="/data/image/img/FkXTylvVnIMMyzcXE4xw.jpg"></br>영구결번? 명예의 전당?데릭 로즈의 은퇴 선언 후, 로즈의 낭만을 함께 했던 시카고 불스는 곧바로 로즈를 위한 자리를 마련했다.1998년 마이클 조던 이후 등장한 유일한 시카고 불스 소속의, NBA 역대 최연소 MVP를 위해 시카고는 오는 2025년 1월 4일에 '로즈 나이트(Rose Night)'를 연다고 밝혔다. 로즈가 오랜 시간을 보낸 또 다른 구단이자 로즈의 은사 탐 티보도가 이끌고 있는 뉴욕 닉스가 시카고 유나이티드 센터를 찾는 날이다.시카고의 제리 레인스도프 구단주는 "2008년에 데릭 로즈를 드래프트한 것은 우리 구단에 특별한 순간이었다. 우리 구단뿐만 아니라 시카고의 소년으로서 불스에서 뛰고 싶다는 꿈을 꿨었던 로즈 본인에게도 그랬을 것이다. 선수와 한 사람으로서 로즈는 시카고의 근성, 회복력, 심장을 대표하는 사람"이라며 찬사를 보냈다.시카고 불스 구단이 로즈를 위해 또 다른 특별한 선택을 내릴 가능성도 있다. 바로 영구결번이다.시카고 구단의 '로즈 나이트' 개최가 알려진 후, 이날 시카고가 로즈의 등번호 1번을 영구결번하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아직 시카고 구단은 공식적으로는 계획된 것은 없다고 밝혔지만, 추후 논의 과정에서 분위기가 달라질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로즈가 도시 시카고에서 가진 상징성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다만 현실적으로 명예의 전당 입성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로즈가 가진 스토리, 인간 승리의 역사는 대단하지만, 냉정하게 봤을 때 최연소 MVP 시즌 이후에는 올스타 한 차례 선정 외에 특별한 수상 경력이 없기 때문. '바스켓볼-레퍼런스'에서는 현재 로즈의 명예의 전당 입성 가능성을 10.5% 정도로 보고 있다. 가능성이 낮은 편에 속하는 셈.어쩌면 로즈는 시카고에서의 영구결번도, 명예의 전당 입성도 모두 실패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누구도 데릭 로즈의 커리어와 농구 인생을 폄하할 수는 없을 것이다. 데릭 로즈가 농구 팬들에게 남긴 낭만이 워낙 위대하기 때문이다.사진 = 로이터/뉴스1 제공</br><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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